“작품의 구상은 처음 눈앞에 위치한 사물을 감각과 상상력에 의해 파악함에 있다. 후자는 사물의 형상적 특징을 추출하여 환상으로 변형시켜 지성에 전달한다. 지성은 판단력을 사용하여 전달된 환상들로부터 작품을 구성하고, 마지막으로 사물의 총체적 상은 논리적 사고에 의해 형성된다. ”

로마노 알베르티(Romano ALBERTI)

16세기 이태리의 문필가이자 화가였던 로마노 알베르티의 위 언급처럼, 모든 예술작품의 근원은 작가의 정신적 활동에서부터 시작되며 이는 수 세기가 지난 오늘날에도 변함없는 사실이다. 이번 전시 Root of Imagination는 동 시대 새로운 예술 형태인 ‘미디어 아트’ 작품 창조의 근간이 되는 정신적 활동을 살펴보기 위한 드로잉, 에스키스 전시이다. 20세기 기술문명의 발달로 인해 등장한 새로운 예술 형태 ‘미디어 아트’ 는 21세기 현재까지도 그 속도를 늦추지 않고 다양한 형태로 빠르게 확산, 발전되어 가고 있다. U-tube, 스마트 폰, SNS 등의 출현은 미디어 아트를 더 손쉽고 접근 가능하게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디어 아트’가 갖는 원죄적 속성 즉, 원본성을 상실한 ‘기계’를 통해 보여지는 이미지는 ‘손의 기예’로 대변되는 전통적인 예술이 갖는 그것보다는 분명 차갑다. 수작업을 통해 보여지는 것이 아닌 기계를 통해 만들어지고 보여지는 이미지는 전자의 그것이 갖는 감수성과는 사뭇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디어 아트 역시 사용하는 매체만 상이할 뿐 전통적인 매체가 갖는 작가의 정신성과 감수성으로 작품은 고안되고 만들어진다. 이번 전시에 초대된 4인의 작가- 김기라, 서민정, 이용백, 홍범-의 에스키스, 드로잉을 통해 차가운 예술로 알려져 있는 미디어 아트 작가들의 2차원의 아날로그적 감수성을 만나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한다. 후기 자본주의 사회가 가지고 있는 양상들을 다매체로 표현하는 김기라는 드로잉, 콜라주로 표현한 작품들을 오브제와 함께 설치 형식으로 선보이며 앞으로의 작업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할 예정이다. 일본의 타마 미술대학과 독일 슈투트가르트 국립조형 예술대학교에서 도예와 회화를 전공한 서민정은 지난 십 여년간 유럽화단을 중심으로 활동을 해 온 영상, 설치 작업의 근간이 되는 드로잉들을 선보인다. 사라지는 것에 대한 고고학적 묵념을 상반된 매체를 통해 표현하는 서민정은 거대한 설치작업과는 상반되는 감수성 어린 드로잉 작품들을 만나 볼 수 있다. 최근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작가로 선정되어 세계화단의 이목을 한 몸에 받은 이용백은 이번 전시에 독일 유학시절부터 현재까지 진행해 온 에스키스, 드로잉들을 최초로 선보인다. 그의 아이디어 저장고라고 해도 무색할 만한 원초적인 아이디어들을 살펴볼 수 있는 기회이다. 뉴욕을 중심으로 활동을 펼치고 있는 홍범은 거미줄 치듯 전이되는 생각의 고리들에 대한 드로잉들을 선보이다. 초현실적인 형상들을 불규칙적으로 배치한 드로잉통해 작가의 작품 근간이 되는 개념의 논리를 살펴볼 수 있다. 이번 전시는 이렇듯 낯설고도 친숙한 미디어 아트 작품이 탄생하게 되는 원초적 아이디어와 감수성을 접할 수 있는 전시이다. 나아가 미디어 바 압생트에서는 이러한 드로잉과 에스키스를 토대로 완성된 영상작업을 함께 선보이며 작품이 탄생하게되는 과정을 살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한다.

류희정 (큐레이터/Hz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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