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소개
‘금기’는 ‘열광’이 낳은 그림자이다. 19세기 유럽의 수 많은 예술가들을 미치게 만들었던 압생트는 2가지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 저렴한 가격에 예술가들의 상상력을 극대화시킨 창작의 묘약이었으며, 동시에 그 중독성이 지나쳐 금기시된 술이었다.

시대에 저항하고, ‘금기’에 도전한다는 측면에서 예술 또한 압생트처럼 이율배반적인 속성을 가지고 있다. 때론 매혹적이고 때론 위험스럽다. 그래서 시대를 뛰어넘은 예술가들은 시대에 저항하며 그 위험을 감수할 수 있는 용기있는 사람들이 많았다. 알프레드 뮈세, 어니스트 헤밍웨이, 에드거 앨런 포, 빈센트 반 고흐, 앙리 드 툴루즈 로트레크, 오스카 와일드 등이 압생트와 함께 시대의 금기에 도전했고, 그들의 창작은 새로운 길을 열었다.

전시 『absinthe 1』는 예술가, 평론가, 큐레이터, 컬렉터, 관객 등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애뉴얼 여름 프로그램이다. 19세기 싸구려 독주 한잔에서 시작한 창작에 대한 당시 예술가들의 취기와 용기를 기억하며 흥청거릴 수 있는 파티를 위해 올해에는 민성홍, 박천욱, 신경철, 신유라, 전현선, 최영빈, 홍정표 등 회화, 조각, 설치 30여점을 선보일 7명의 작가가 참여한다.


작품설명
민성홍은 환경적 영향에 따라 변화를 경험하는 작가와 사회구성체들을 대변하는 작업을 한다. 그의 작품은 여러 나라로 이사를 수 차례 하며 매번 낯선 환경과 충돌하고 이에 적응하는 자신과 환경 사이의 관계, 그리고 새로운 관계형성에 대한 경험에서 출발한다. 주변에 버려진 가구나 옷걸이, 자개장 등의 일상용품을 활용하여 여러 액자들을 수집해서 만화경형태로 만든다. 옷장, 농의 뒷면을 한 폭의 비현실적이면서도 아름다운 풍경화처럼 보이게한다. 옷장의 다른면에는 새의 머리 형상과도 같은 나무 구조체와 세라믹 오브제를 설치하고 만화경과 벽화 사이의 공간감을 연출한다. 이번 ‘Overlapped sensibility’ 시리즈는 작가 자신의 경험적 공간과 우연하게 마주하는 사물들과의 감성적 동화, 의미적 재인식 과정을 사진 기록물을 활용한 망원경 조각, 설치 작업이다.

박천욱 은 공존할 수 없는 두 물체의 조화를 통해 그 이상의 것, 본래의 개념 그 이상의 것을 만들어내어 새로운 관점을 불어넣는다. 작품의 화면의 가운데로부터 시작해 대량생산된 오브제들을 변형시켜 반사적인 좌우대칭의 개념을 표현한다. 출품작 ‘주체롭게 자라다’ 와 같이 화분, 인조식물 등 대부분 플라스틱 오브제들을 공업용 핸들에 연결해 조합한다. 그의 작품에서 발견할 수 있는 재미있는 점은 각도의 변화를 따라 입체와 평면 이미지 사이를 자유롭게 오가며 행하는 시각적 유희이다.

신경철은 그려지는 대상을 중심부와 주변부로 구별하여 거친 붓으로 우연적으로 그려가는 방법과 그 윤곽을 다시 연필선으로 그려가는 작업과정을 갖는다. 한바탕 퍼포먼스를 하듯 캔버스 위를 강한 필치나 부드러운 필선으로 조율하면서 자연의 일부나 행위과정의 흔적을 우연적, 즉흥적으로 표현하고 그 캔버스 위에 이루어진 장소적 흔적을 따라 견고하게 크고 작은 붓질의 과정을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연필로 감싸는 새로운 구축적인 작업과정을 갖는다. 신경철의 작품은 우연과 필연의 경계가 어떻게 오늘날의 현실 속에서 설득력을 가지는지를 시각적인 이미지를 통해 말하고자 한다.

신유라 는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가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사회적, 개인적 문제에 대한 해석을 해학적으로 풀어낸다. 관계성을 예측하기 어려운 서로 낯선 것들의 결합들은 각기 다른 내러티브를 가지는데 그것은 사회 시스템 속에서 억압된 개인의 정서이거나, 여러 관계망 사이에서 갖게 되는 모순된 인식 또는 주장들이다. ‘앓던 이’ 작품에선 이 모양의 유리파편 조각과 같은 사물들이 모여 새로운 관계망을 만들고 해학적 정서로 전환된다. 이렇듯 신유라는 작업을 통해 고정되어 묵직했던 의식이 가볍고 자유롭게 전환되기를 기대한다.

전현선은 캔버스 속 낯선 대상을 던져두고 그들 사이의 관계를 관객이 상상하게 만든다. 작업의 소재는 비단 동화, 전설, 신화에 그치지 않는다. 어릴적 사진이나, 연극적으로 느껴지는 일상의 모든 장면이 영감을 준다. 정체불명의 '뿔'을 중심으로 발생하는 가상의 이야기를 확장시키는가 하면, 작가를 둘러싼 주변 환경과 풍경들을 어떻게 풀어낼지를 고민하고 캔버스 속의 숲 속을 두리번 거리며 기록을 한다. 그의 작품에 대한 이야기는 보는 이에게 관찰되면서 사건의 실마리를 찾는 과정을 통해 긴장감을 지속시키고 작품에서 뿜어내는 이야기 속에서 일상과 환상 그리고 현실과 꿈의 경계의 위치를 계속해서 찾고 있다.

최영빈은 매 순간 의식적으로 깨어있기 위한 한 방법으로서 그림을 그린다. 그림을 통해 모든 것을 고정시키는 명사에 익숙한 상태를 떠나 단 한 순간도 멈추지 않는 흐름을 담아내려 한다. 미리 예단된 사고의 틀에 자신을 묶어두지 않으면, 순간에 충실한 흔적들을 남길 수 있다. 그 우연한 순간들이 단단한 존재감을 지닌 구조를 만들 때까지 붓질을 쌓아가며 그림을 그린다. 사람을 하나의 단어로 축약할 수 없듯이 특정한 방향을 향해 움직여간 흔적들이, 살면서 자신의 인격을 드러내는 사람처럼, 자신의 성격을 저절로 드러내는 그림이 되길 바라며 우연이 쌓여 하나의 필연을 만들어 낸다.

홍정표는 현대미술과 예술행위에 대한 근원적인 고민을 개념적으로 풀어내는 조각가이다. 그의 입체 작품은 속이 훤히 보이는 투명함과 플라스틱의 매끈함, 그에 더해지는 컬러링의 선명한 번쩍거림으로 인해 마치 세련된 상품으로 보인다.
오히려 완성된 상태의 작품에서 도료 부분을 벗겨내서 수정한 흔적이 더 돋보이도록 제작하였으며, 그것을 시각적으로 아름답게 보이게 만든다. Artactually(예술은 어디에나 있다)작품명처럼 일상의 소재, 만화캐릭터같은 어디서나 쉽게 접할 수있는 소재를 이용함으로써 현상과 그 이면에 있어 양가적 구조를 취한다. 예술을 상품화하는 자본주의의 욕망이면서 동시에 예술은 어디에나 의미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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