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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gma Complex

6시그마(sigma:σ)란 품질수준이 6 σ를 달성하여 제품 백만 개당 불량 수를 3.4 이하, 즉 0에 가깝게 만드는 경영전략이다. 6 σ의 목표를 공유하는 모든 프로세스는 문제 정의에서 개선, 관리에 이르는 단계를 거쳐 산술적, 가시적 목표를 달성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1980년대 말에 등장한 6시그마는 비교적 최근까지도 품질경영의 대안적 모델로 간주되었으며 이를 적용한 기업들의 성공사례는 일종의 신화가 되었다.

6시그마의 신화적 완벽함에 대한 갈망과 컴플렉스는 결과론적 무결함을 미덕으로, 오류와 시행착오는 지양해야 마땅한 것으로 간주한다. 완벽한 결과물에 집중하는 6시그마의 철학은 문제해결 과정에서의 창의성과 그로 인한 또 다른 가능성을 배제한다. 류성훈의 ‘시그마 컴플렉스(Sigma Complex)’는 6시그마의 결과론적 완벽함이 말살한 오류와 시행착오를 적극적으로 포용한다. 즉흥적으로 등장한 형태와 기법은 또 다른 의도로서 재생되고, 직관적으로 떠오른 주제는 표현과 해석의 단초를 제공한다.

토착화된 외래어로서의 ‘컴플렉스’는 강박관념의 개념으로 통용되고 있지만 본래는 복합적인 또는 그러한 성질의 복합체를 의미한다. 작가 스스로 작업방식을 설명하는 경영, 컴퓨터, 음악 등 미술 외적인 개념들과 그가 차용하는 미술사의 익숙한 랜드마크들은 시대에 대한 헌정과 포스트모던적인 차용을 넘어서 일상과 낮설음, 역사와 개인, 현실과 낙원, 자연과 인공 등 이분적인 주체들이 탈모순적으로 존재 하는 하나의 컴플렉스로서 기능한다.

류성훈의 회화가 지니는 ‘시그마 컴플렉스’로서의 힘은 6시그마의 단일한 완전무결성이 아닌 시그마 수준이 허용하는 개별 요소들의 개방성과 복합성으로부터 나온다. 전자가 자체로 완전한, 폐쇄된 결과물이라면, 후자는 미완으로 완성된 가능성의 세계이다. 그의 작품이 마치 사건의 전후가 있는 내러티브의 한 장면처럼 보여지는 것도, 그곳에서 무언가 휩쓸고 간 상흔과 무언가 일어날 전조가 느껴지는 것도 시그마적 상상력과 복합성의 결과로 이해될 수 있다.

그의 작품에서는 종종 익명의 개인과 사물이 마치 무대-배경처럼 구축된 공간속에 존재하는 것처럼 보인다. 관람자로 하여금 무대 이편에 서서 작품 속 틀 너머의 배경을 바라보게끔 유도하는 구도와, 그러한 공간에서의 행위와 사건, 사물과의 연관성에 대해 작가는 말을 아낀다. 다만 창작의 여정에 담긴 각 요소들의 개입과 증폭, 그 결과로 다가오는 작가의 철학적, 심미적 의도를 짚어볼 때 그의 회화가 지닌 ‘시그마 컴플렉스’는 더욱 강렬하게 다가온다.

이주희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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